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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를 자본주의 사회에 장님이 되지 않도록(feat. 돼지🐖만 키우다 마주했던 사회에 당황했던 엄마)

이유eeyu 2022. 1. 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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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다들 돼지 한 번 쯤을 키워봤을 것이다. 빨간색 플라스틱 돼지에 넣었던 돈을 다시 꺼내려고 젓가락으로 구멍 안을 쑤셔서 동전을 뽑아내던 기억이 난다. 내 기억에 돼지 저금통에서 동전을 뽑는데 가장 열성적이었던 사람은 다름아닌 바로 우리 아빠였다😂. 그렇게 뽑은 동전으로 치킨을 사먹곤 했다. ㅎㅎ

참 귀여운 추억이지만,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귀엽지만은 않다. 8-90년대 어린시절을 보낸 우리가 어릴 적 배운 경제 교육은 사실 돼지저금통이 전부다. 그렇게 열심이 돼지 배만 불리다가 사회초년생이 된 우리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돼지🐖만 키우다 사회초년생이 된 우리

직장인이 되고 처음 받았던 월급은 생각보다 자그만했다. 이런 저런 명목으로 세금을 떼가고 나니 내 손에 들어오는 돈은 계약서상에 적혔던 돈보다 작았던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그러했고, 원래 그런거라고들 했다. 탐탁지 않았다. 당시 나는 돈의 입출입을 일원 한푼까지도 맞춰서 계획하고 관리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돈이 사라지니 눈뜨고 코베인 느낌이었다.

직장생활한 지 일년이 지나자 처음으로 연말정산이라는 걸 했다. 처음 듣는 용어였고,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다. 사람들 사이에 그저 돈을 더 뺏기네, 누구는 돌려받네 하는 이야기가 오갔다. 그 와중에 다행히도 나는 작게나마 돌려받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동기 중 한명은 300을 뱉어야 한다며 억울해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돌려받는 내가 마치 승자라도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사실 그 친구는 회사에서 인정 받는 친구로 성과급, 인센티브 등을 두둑히 챙긴 친구였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돈 관련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눈다.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보험 권유에 못이겨 가입한 상품에서 마이너스 수익률만 보다가 결국 해지해서 그동안 낸 돈의 절반도 못돌려 받았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리는 이야기 중 하나다. 예금이나 적금 혹은 투자상품에 돈을 예치했을 때 수익률과 달리 실제 내 손에 들어온 수익금은 더 적다. 그 이유를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고, 원래 그런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저 돼지저금통에 차곡차곡 꾸준히 돈을 넣어주기만 하면 부자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디서 자꾸 젓가락이 등장한다. 돼지 저금통 구멍을 이리저리 쑤셔서 내가 모은 돈을 빼간다. 그리고는 "원래 그런거야"라고 한다. 허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우리 아이는 당황하지 않도록

사회 생활을 하면서 사부작사부작 빠져나가는 돈들에 대해 찾아본 사람도 있을 거고, 그냥 그런거구나 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마 거의 후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돈을 쫒는 삶을 살았던 나는 전자에 해당했다. 그리고 그렇게 알아본 사회에서 돌아가는 돈의 원리를 하나씩 알게 될때 마다 투자 전략도 조금씩 수정해 나갔다.

우리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 돈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지 모른채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 사회생활을 한 지 10여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깨달았다. 사회에 나올 때 너무 준비가 안된채로 나왔다는 걸 말이다.

자본주의란? 자본이 시장을 지배하는 경제체제 <두산백과>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처럼 우리 사회의 돈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알아야 했다. 우리 아이에게 알려줘야 할 건 거창한 경제학, 투자 방법이 아니라 돈의 흐름이다. 흐름만 알고 읽을 수 있다면, 전략은 얼마든지 스스로 세울 수 있을테니.

자본주의 국가 시스템을 체득하기 위한 경험을 아이에게 쌓아주려고 한다. 우리집에 가계 운영을 자본주의 국가와 비슷한 방식으로 하려고 계획했다. 자연스레 우리 아이 용돈 운영 시스템은 자본주의 국가의 시스템을 따라 이런저런 세금을 붙이고 운영하려고 한다. 나중에는 그 세금이 자신한테 어떻게 돌아오는지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말이다. 그러면 우리 아이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을때, 자본주의 사회에 코베이는 장님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사회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는 어른이 되리라 믿는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한다.
우리 아이 여든까지 갈 경제 습관을 차곡차곡 만들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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